가을에는 볕이 드는 자리를 한 번 더 보게 됩니다. 창틀 아래 놓인 의자, 식탁 모서리, 바닥에 길게 누운 빛. 여름내 무심히 지나쳤던 곳에 어느 날부터 따뜻함이 고여 있습니다. 손을 뻗어 그 빛에 가만히 올려놓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. 바람은 조금 서늘한데 손등은 따뜻해지는 날.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, 달력보다 먼저 몸으로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. 오늘은 그 볕이 머무는 자리에 잠깐 앉아 있고 싶습니다. 빛이 닿으면, 익숙한 것도 새로 보입니다 같은 방인데 햇볕이 들어오면 눈길이 머무는 곳이 달라집니다. 컵 손잡이에 얇은 빛이 생기고, 책장을 넘기던 손의 그림자가 종이 위로 길어집니다. 식탁의 작은 흠집까지 또렷해집니다. 늘 곁에 있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들입니다. 살림의 자잘한 흔적을 보고 있으면..